다양한 효과를 가진 한약재를 복합적으로 처방해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한의학의 처방원리인 ‘군신좌사(君臣佐使)’의 유용성이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. KAIST 이
상엽 특훈교수(생명화학공학과) 연구팀은 11일 “한약내 화합물과 인체대사 산물의 구조 유사도를 분석해 한약의 인체내 약효 작용원리
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한약의 다중성분이 상승효과를 통해 다중표적에 약효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”고 밝혔다.
이
상엽 교수(교신저자)가 주도하고, 김현욱 박사(제1저자)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(재)유전자동의보감사업
단을 통해 추진됐으며,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‘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
(Nature Biotechnology)’ 3월호
에 ‘A systems approach to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’라는 논문명으로 게재됐다. 한
의학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질병의 치료 및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, 한약의 다양한 성분으로 인해 임상을 통
한 효능 검증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. 이에 연구팀은 한약에서 발견되는 화합물들과 인체 대사산물들의 구조 유사도에 주목, 한의학
의 화합물들이 구조가 유사한 대사산물의 합성 대사경로에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, 구조 유사도 분석법을 토대로 한약의 화합물들이 작
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사경로들을 예측했다.
이를 위해 연구팀은 한약재에 포함된 화합물 중 구조가 밝혀진 1만여개
를 분석하고,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한 결과 3, 4가지 약재가 섞인 화합물 14종이 서
로 상승효과를 내 급성골수백혈병, 유방암 등에 효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.
연구팀 관계자는 “한의학의 중요한 특
징 가운데 하나가 다수의 화합물들이 상승효과를 통해 약효를 발휘한다는 점인데, 한의학의 약효 원리가 명확히 밝혀진 화합물 조합들
을 분석한 결과, 상승효과를 갖는 화합물 조합들은 대부분 주요 약효를 전달하는 화합물과 이를 보조하는 화합물로 구성돼 있었다”
며 “이런 화합물 조합의 구성은 한의학의 처방 원리인 ‘군신좌사’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”고 설명했다.
또한 그
는 “약효원리가 밝혀진 상승효과를 띄는 화합물 조합들은 ‘군-신’, ‘군-좌’, ‘군-사’에 모두 해당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으
며, 구조 유사도 분석을 적용해 본 결과 이들이 아미노산과 비타민 관련 대사경로에 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”고 덧붙였다.
특
히 그는 “이번 연구를 통해 간 독성 등 한약의 제약 요소를 극복하고, 동시에 서양의학 기반의 약물과 비견될 정도의 효능을 보인다
는 것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”며 “앞으로 한약의 작용원리를 명확히 밝히고, 임상실험 및 인체 가상모델로 검증하는 것이 전통 천연
물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과제”라고 밝혔다.
한편 ‘군신좌사(君臣佐使)’에서 임금에 비유되는 ‘군’은 가장 주
된 약효를 제공하는 약이며, ‘군’의 약효는 신하에 비유되는 ‘신좌사’에 의해 극대화된다. ‘신’은 군약의 효력을 보조 및 강화하
고, ‘좌’는 군약의 독성 완화 및 수반 증상의 해소를 목적으로 하며, ‘사’는 처방의 작용 부위를 질병 부위로 인도하고, 여
러 한약을 중화하는데 사용된다는 한의학 처방 원리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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